[2022-1]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대규모 언어모델의 등장과 소설생성에 따른 소설가의 존재 의미와 발전 가능성 고찰
경희대학교 기초교과 주제연구
학술에세이 최종본
대주제 : 인간
세부 소주제 :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대규모 언어모델의 등장과 소설생성에 따른 소설가의 존재 의미와 발전 가능성 고찰
1. 서론 :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작가는 위협을 받을까?
우리는 어느새 사람들의 삶에 스며든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있다.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주고, 검색어를 자동완성 시켜주고, 꽤 준수한 수준의 번역을 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이미지를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그림을 생성해내는 GAN으로 대표되는 생성모델, 인간의 언어를 다루는 자연어처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 2021년,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장편소설을 표방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출판사 파람북에서 단행본으로 낸 <지금부터의 세계>가 그것으로, 책 표지에는 ‘AI 소설가 비람풍’과 ‘소설감독 김태연’이 공동 저자로 표시되어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8년에는 미국의 로스 굿윈과 그의 동료들이 인공 신경망 기술을 사용해 길 위 1번지라는 작품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7년에는 MIT에서 “쉘리(Shelly)”라는 공포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사람들과 릴레이 소설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로 짐작해볼 수 있듯이, 이 글에서 다뤄보고자 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중에서도 작가를 위협할만한 분야인 자연어처리, 특히 세부적으로는 글을 생성하는 방법 중 가장 발전된 형태인, ‘사전학습 언어모델(Pretrained Language model)’에 관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앞으로 인간의 삶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간의 일을 돕는 차원을 벗어나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것이 이제껏 행해져 왔던 인간의 일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특히 이 글에서는 자연어 생성 기술인 대규모 인공지능 언어모델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생성의 대상이 되는 결과물은 ‘소설’에 한정을 시켜 인공지능이 생성해낼 소설의 가능성과 의의, 그리고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달라질 수 있는 소설가의 존재 의미를 다뤄보고자 한다.
2. 인공지능을 통한 소설생성 가능성 탐구 : 규칙기반 문장 자동생성기에서 대규모 언어모델까지
언어모델이란 대용량의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학습시켜 언어의 문맥적 의미를 파악함으로써 텍스트 분류, 번역, 요약 등과 같은 다양한 다운스트림 태스크(downstream task)에서 좋은 성능을 내는 모델이다. 사전학습 언어모델은 미리 학습된 모델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학습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태스크에 특정된(task-specific) 모델을 생성하는 방식에 비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이뤄 최근 자연어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의 대세 기술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사전 학습 대규모 언어모델의 등장은 2018년에 OpenAI에서 발표한 GPT-1 모델을 시작으로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OpenAI는 그 후로도 2019년에는 GPT-2를, 2020년에는 GPT-3를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만 있다면 인공지능의 성능을 놀라운 수준으로 향상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었고, 다른 기업 및 연구기관에서도 다양한 모델을 시험해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예를 들자면, 그 뒤로 2021년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에서 만든 ‘mt-nlg’, 화웨이에서 만든 ‘판구알파(PanGu Alpha)’와 같이 더 우수한 성능을 가진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카카오브레인의 KoGPT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SKT의 KoGPT-2(버전 2.0) 등 거대한 크기의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공개하였으며 이미 실생활에도 많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의 경우 네이버 검색, 쇼핑, 클로바노트 등 네이버 서비스에 적용되어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창작의 분야에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사전 학습 언어모델이 대두되기 이전에도 나타났다. 2015년의 일본 나고야대학교에서 자연어처리와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는 사토 사토시(佐藤理史) 교수 연구실은 제4회 호시이 신이치 문학상에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コンピュータが小説を書く日)’라는 제목의 인공지능으로 쓴 소설 작품을 공모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마쓰바라 교수도 “소설에 대한 기여도는 AI가 20%, 사람이 80%”라고 밝힐 정도로 당시의 인공지능은 이야기의 구성부터 문장의 구성까지 사람이 개입한 요소가 많았다.
한편, 최근 자연어 생성 언어모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GPT 모델을 직접 창작에 활용한 사례는 아직까진 찾아보기 어렵지만, 기존에 깃허브(GitHub)에 공개된 사전학습 언어모델의 오픈소스(Open Source)를 이용하여 생성한 짧은 문장 몇 개의 예시를 통해 그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예시는 2021년의 KoGPT 모델을 이용하여 문장을 생성해낸 결과물이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럴수만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사람이 제시했을 때, 인공지능 언어모델은 다음과 같은 글을 생성해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바꿀수도 있을텐데. 내가 행복하지 않았던 과거의 날들에 나를 다시 데리고 가고 싶다.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으로.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잖아. 나는 지금의 날이 행복하니까."- <미생> 중에서 - 나의 과거는 분명 힘들고 괴로웠지만 때론 행복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어쩌면 행복하고 즐거웠던 과거가 나의 현재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나의 과거는 분명 불행했을지 몰라도 지금 나는 행복하니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과거에서 행복했던 내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행복했던 그 때로 되돌리고 싶지만 돌아갈 방법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행복했던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를 다시 찾아 행복했던 그 때로 데려다 주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과거는 항상 나의 현재에 존재한다. 과거라는 나의 과거는 행복했던 나의 과거는 과거에 존재한다.”
앞의 예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결과물은 얼핏 보았을 때 사람이 쓴 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힐 정도로 놀라운 수준을 보여준다. 물론 자세히 문장을 살펴보면 의미가 어색하거나(“과거라는 나의 과거는 행복했던 나의 과거는 과거에 존재한다.”) 뜬금없이 생성해낸 문장의 출처를 밝히는 부분(“<미생> 중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결과물은 인간이 문장 한 줄만을 제공하고도 그 뒤의 내용을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유추해 작성해냈다는 점에서 우리는 충분히 ‘인공지능 소설가’, 혹은 ‘인공지능 소설 도구’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3. 인공지능 소설가의 등장과 활용 방안
2018년, KT에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을 공모하는 'KT 인공지능소설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또한, 2021년에 열린 ‘제3회 대학생 AI x BOOKATHON’ 대회는 아이디어 도출, 데이터 수집, 머신러닝, AI 글쓰기 및 문장 다듬기를 통해 한 편의 문학작품을 완성하는 대회였다. 이처럼 최근 공모전 및 대회의 목표로 ‘인공지능 소설 생성’을 내거는 사례들을 보며, 실제로 인공지능으로 소설을 생성하는 것이 실현될 수 있으며, 또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것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공지능 소설가’의 등장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들의 소설 창작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영화나 소설, 여러 매체에서 다루어졌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에 따라, 인공지능 그 자체가 스스로 소설을 쓰는 경우를 가정해볼 수 있다. 스스로 자아를 가지는 강인공지능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소설의 전개부터 문장 구성까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공지능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금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방식이다. 왜냐하면, 대표적인 언어모델인 GPT-3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언어모델은 문맥을 이해하고 문장을 생성한다기보다는 확률에 기반을 두어 그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된 문장을 출력하더라도 모델 스스로 알아차릴 수 없고, 더군다나 소설의 개요를 미리 생각하고 소설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므로 출력되는 소설은 뜬금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인공지능에게 소설의 창작 과정을 전부 일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창작의 주체로서 남아있고 인공지능을 도구적인 측면에서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작품의 세계관, 등장인물 설정, 구체적인 플롯 등의 소설 구성은 인간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해두고, 언어모델은 단순히 문장 생성의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작가는 인공지능이 열심히 문장을 생성해낸 결과물을 지켜보면서, 잘못된 흐름으로 간다면 적절하게 개입하여 방향을 틀어줄 수 있다. 또한, 간혹 어색한 문장을 만들어내더라도 인간 작가는 이를 직접 수정하여 문맥에 어울리는 문장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작가는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는 것을 뒤에서 관리하는 감독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4. 인공지능 소설가의 등장과 소설가의 존재 의미
어찌 보면 현재의 언어모델은 검색창의 자동완성 기능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주어진 데이터에 따라 제법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는 것을 보며 실제로 소설 창작의 과정에 활용되더라도 어색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 소설가를 활용해 작성해낸 소설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할 때 이야기의 구성도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장의 창작에도 큰 의미가 있다. 보통 독자들은 소설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오래 기억하기도 하고, 일명 명문장이라고 하는 것들은 그 작품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문장을 작성해버리면 그게 진정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문장의 생성을 인공지능에게 높은 비율로 맡기고 소설을 구성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인공지능을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활용할지는 작가의 몫이고, 인공지능이 출력한 문장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창의적인 문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본래 창의성은 밑바닥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토대로 하여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인공지능에게 작성을 맡기되, 작품상에서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인간 작가가 오롯이 자신만의 문장을 작성하는 방식이라면 작가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소설을 창작하는 것에 있어 명확하지 못한 점들이 남아있다. 언어모델에 의해 만들어진 문장의 조합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소설 도구를 활용하여 작성한 소설을 우리는 오롯이 작가의 창작물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언어모델이 비록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후에 결과값을 출력한다고는 해도 결국 기존에 존재하던 문장 어디에서인가 단어를 유추하고, 그에 따라 문장을 생성해내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과정을 문장, 혹은 단어 짜깁기로 여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볼 부분은 그렇다면 과연 사람의 작업이 이러한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소설을 비롯한 이야기에는 흔히 클리셰가 존재한다. 클리셰란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힌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이나 표현을 뜻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이 읽고 쓰는 이야기는 이런 클리셰와 같은 익숙한 요소들을 완전히 배제하여 구성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필요한 부분은 서사를 쌓기 위해 클리셰를 활용하는 것이 익숙하고, 이에 따라 개별적인 소설마다 비슷한 장면이나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생각할 수 있는 범주는 일정 부분 비슷해서 상투적인 문장 또한 존재한다. 결국, 사람도 수많은 글을 읽고 자신이 아는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작성한다. 또한, 완전히 맥락에서 어긋나는 단어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공지능이 문장을 생성해내는 방식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활용한다면 특정 장면에 대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서술을 파악한 후에,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수정하여 오히려 창의적인 결과를 내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소설 창작 과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생각해 봐야 할 소설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최근의 추세로 보아 인공지능 언어모델은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발전할 것이다. 언어모델의 규모는 더욱더 확장되고,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신들의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인공지능 모델의 품질은 더욱 좋아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고, 그에 덩달아 언어모델이 실제로 소설 집필을 돕는 도구로써 활용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추론도 해볼 수 있다.
5. 인공지능 소설가를 이용한 소설 창작에서의 장점과 단점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 소설가 즉, 언어모델을 창작과정에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았을 때 발생 가능한 장단점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소설 집필에 활용함으로써 작업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어떤 문장을 쓸지 고민하는 시간을 언어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줄일 수 있고, 새롭게 작성할 문장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소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그 이유로 작가들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작성할 수 있다. 그렇게 작성된 많은 양의 글은 자연스럽게 훌륭한 작품이 나올 가능성을 높여주고, 그렇게 되면 독자들로서도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작가가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쓰기 위해 도전한다고 할 때, 소설의 장르마다 미묘하게 다른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고, 역시나 문장의 생성을 언어모델에 맡김으로써 더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몰입할 수 있다. 또한, 이제는 작가의 부재 등을 이유로 더이상 활발하게 창작되지 않는 고전 작품, 혹은 명작들을 학습시켜서 특유의 문체를 가지는 소설도 생성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설 창작의 과정에 언어모델을 도입하는 것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우선 수많은 사람이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전보다 적은 시간에 소설을 양산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글 수준의 하락 및 질 낮은 글들의 범람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 시간을 들여서 볼만한 가치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혼동을 줄 수 있고,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전반적인 글의 수준이 하락한다면 그에 대해 실망감과 피로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또한, 학습되는 데이터에 따라 전적으로 생성되는 결과물이 달라지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생성해내는 글이 가질 수 있는 편향성의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보였던 인공지능 챗봇(채팅 로봇) ‘테이’는 각종 차별 발언과 비속어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이며 출시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다른 예시로는 2020년 12월에 출시된 스캐터랩의 ‘이루다’ 역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내뱉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어떤 데이터를 주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잘못된 데이터를 언어모델에 입력시킨다면 그 언어모델이 편향적인 발언을 내놓더라도 아직까지는 인공지능 자체에서 필터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따라 누군가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식으로 문제를 다뤄야 할지 모호하다. 또한,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및 표절 가능성에 대한 문제 또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섞여 이 문장이 어디에 있던 문장인지 찾기는 어렵지만, 만일 기존의 데이터와 동일한 문장이 겹치기라도 한다면 이는 표절 시비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작가가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작 글 쓰는 능력의 퇴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점차 기계에게 인간이 해왔던 일들을 수행하도록 맡긴다.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부를 더는 외우지 않는다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글 쓰는 능력을 인공지능에게 맡긴다면 그에 따라 작가들은 문장을 구성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점차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6. 결론
서론에서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작가의 시대는 끝이 났는가? 이 글에서 살펴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밀려 작가의 자리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을 이용해 소설을 창작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날마다 더욱 발전된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등장하고, 이를 이용하여 소설을 생성하는 공모전도 빈번히 열리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SF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사람의 것과 점차 유사해질 것이고, 독자들은 작가들이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점도 있지만, 작가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시간의 제약으로 펼쳐 놓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써낼 수 있다.
결국,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의미는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 작가들은 종이에 펜을 활용하여 소설을 작성했고, 이제는 컴퓨터에서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더해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하나의 도구로서 단지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대신, 그 과정에 인간 작가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소설이 단순한 문장의 나열이 아닌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도록 잘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인공지능 소설가’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장단점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노력이 따른다. 소설 창작과정 전체를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디로 날뛸지 모르는 말에 올라탄다는 태도를 취하며 고삐를 느슨하게 쥐지 않은 채로 필요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소설가를 마냥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서의 활용 방법을 탐색하고 이를 이용한다면 본래 인간이 하던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추구할지 끊임없이 고려한다면 인간에게는 더없이 도움이 되는 동료가 생겼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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